트와이스의 미사모쯔를 아시나요? 일본인 미나, 사나, 모모와 대만 출신 쯔위를 합해 트와이스 내 외국인 멤버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최근 연예계 동향으로 볼 때 9인조 걸그룹 내 외국인 멤버가 4명이라는 사실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트와이스를 비롯해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등장한 다국적 그룹인 만큼 외국인 멤버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요. 더불어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불 지펴진 외국인 방송인들의 활약은 MBCeveryone '대한외국인' 등을 통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스러워진 외국인 방송인들의 활약상이 한때는 다소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던 때도 있었는데요. 영락없는 서양인의 모습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내는 모습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매력을 풍겨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의 미사모쯔에게 조상급 선배가 될만한 1세대 원조 외국인 출신 방송인들의 근황을 만나봅시다.
"한 뚝배기 하실래예"
귀화 23년 만에 퇴출 로버트 할리
원조 외국인 스타로 이 사람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10여 년 전 "한 뚝배기 하실래예?"라는 광고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까지 원조 외국인 스타로 불리는 주인공은 바로 로버트 할리입니다. 로버트 할리는 미국 유타주 출신으로 만 19의 나이에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방문했는데요. 이후 미국 변호사로서 한국을 오가며 일했고 당시 인연을 맺은 아내와 1988년 결혼해 부산에 정착했습니다.
결혼 후 국제 변호사로 일하던 로버트 할리는 1994년 우연한 기회에 부산KBS의 외국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데요. 모습은 영락없는 백인이지만 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로버트 할리는 대중들에게 크게 호감을 얻었고 90년대 후반부터는 변호사보다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지요.
특히 올 초부터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보다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쳐왔는데요. 여전한 입담과 예능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으나 곧이어 충격적인 소식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구수한 사투리와 푸근한 인상으로 인기를 얻은 로버트 할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었기 때문이지요.
지난 4월 로버트 할리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은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1심 결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이에 로버트 할리는 "내가 실수했고 잘못했으니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며 항소를 포기했고 이에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마약 파문으로 인해 로버트 할리는 방송가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되었는데요. 체포 전 녹화된 '라디오스타'의 영상에서 로버트 할리는 통편집 되었고 최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분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모두 중단된 상황입니다. 한국에 정착한지 31년 차, 귀화한지 23년 차인 한국인 로버트 할리의 근황이 다소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울랄라~프랑스인과 재혼
여전한 한국 사랑 이다도시
로버트 할리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활동을 하며 나란히 큰 인기를 얻은 또 다른 외국인 스타가 있는데요. 로버트 할리와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다 보니 부부 사이로 오해를 받기도 한 방송인 이다도시입니다. 이다도시는 프랑스 출신으로 프랑스 국제대학원 재학 시절 '아시아 비즈니스'를 전공해 실습 차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이후 한국이 그리워 연세대 어학당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웠고 프랑스에서 계획했던 박사과정은 미뤄둔 채 한국에 계속 머물며 불어 강사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출연한 EBS 방송을 통해 남다른 방송 센스를 인정받고 방송인으로 활약하게 되는데요. 특히 비슷한 시기에 방송활동을 시작한 로버트 할리와 동반 출연해 큰 웃음을 주면서 90년대 후반 방송가를 사로잡았습니다.
남다른 케미 덕분에 로버트 할리와 부부 사이로 오해받는 이다도시는 사실 한국에 온 지 1년여 만에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얻었는데요.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방송인으로, 엄마로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혼 16년 만인 지난 2010년 소송을 통해 이혼하게 됩니다.
이혼 이후 싱글맘이 된 이다도시는 어린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엄마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특히 전 남편의 대장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혼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졌고 대중들의 시선도 나빠지는 바람에 방송을 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다도시는 한국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는데요. 이후 2017년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한창 어려울 때는 한국을 떠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친절하고 사랑 가득한 시선 덕분에 그 힘든 고개를 혼자서 넘어가고 싶었다"라며 당시 심경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7년 동안 홀로 두 아들을 키워온 이다도시는 파일럿을 꿈꾸는 첫째 아들을 프랑스로 유학 보내고 둘째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2012년부터는 숙명여대의 전임교수로 재직하며 강단에 서고 있기도 합니다.
방송활동보다는 교육자로서 활동을 하며 지내던 이다도시는 지난 8월 반가운 소식으로 오랜만에 언론을 장식했는데요. 이혼 9년 만에 재혼 소식을 알려온 것입니다. 상대는 이다도시와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내던 프랑스인으로 알려졌는데요. 프랑스인이지만 국내 기업 소속의 해외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어 두 사람은 노르망디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프랑스인 남편과 제주도 여행 중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인인 이다도시가 프랑스인 남편을 잘 인솔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해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사장까지 역임했지만
前 이한우 現 이참
로버트 할리와 이다도시 보다 훨씬 이전에 귀화해 한국인이 된 외국인 방송인이 있습니다. 방송인으로 시작해 한국관광공사 사장까지 역임한 이참이 주인공인데요. 귀화 당시 이름인 이한우로 더 잘 알려진 이참은 독일 출신으로 마인츠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종교 관련 세미나 참석 차 한국에 방문했다가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하면서 귀화했습니다.
이후 1994년 KBS 딸부잣집에서 하유미의 상대역이자 극중 둘째 사위로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게 되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외국인 출신의 방송인이 드물었고 전형적인 유럽인의 외모에 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장점으로 어필되어 각종 드라마와 영화 토크쇼 등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특보에 임명되면서 정치계에 뛰어들었고 2009년 이명박 정권에서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는데요. 이참은 외국인 출신이자 방송인 출신으로 높은 공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 되었지만 2013년 일본에서 성 접대를 받은 정황이 보도되며 불명예스러운 사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참은 특별한 공식 활동 없이 독도 주변에 살았던 물개의 일종인 강치 복원 사업에 뛰어들어 활동 중인데요. 2017년 오랜만에 나선 언론 인터뷰에서 "때가 되면 선출직에 도전하고 싶다"라며 중앙 정치로 복귀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