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첫 출근을 떠올리면 긴장감이 느껴지죠.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나 군 복무에 대학원까지 마친 30대나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리숙함은 마찬가지인데요.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19살 학생에게 직장 생활은 얼마나 차갑고 무서웠을까요?
지난 3월 예능 프로 '아무튼 출근'에는 고졸 취업을 하고 9년째 은행에서 근무 중인 95년생 이소연 계장이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이소연 계장은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이미 9년 차 은행원으로서 베테랑다운 업무능력을 보여주었는데요. 특성화고를 다니며 고3 시기에 고졸 취업에 성공했고 19살부터 은행일을 시작한 것.
당시에 대해 이소연 계장은 "집안에서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취업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면서 "출근길에 친구들을 만날 때가 많았다. 어른들이 '때가 있다'라고 하는 말을 알게 되었고 대학생활에 대해 부러움이 컸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고졸 출신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소연 계장은 영업점 창구에서 3년, 일반 직무로 3년 근무한 후 본점으로 발령받게 되었지요.
방송 당시 연금 사업부에 소속으로 소개된 이소연 계장은 "퇴직에 관한 서류와 노후자산 관리를 맡고 있다. 영업점에 가면 창구 직원들이 '잠시만요' 하지 않나. 그 전화를 받고 있다"라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했습니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문의전화로 하루 100통 이상 전화를 받는 이소연 계장은 전국 영업점에 실행된 이벤트 관련 회의를 준비해서 진행했고, 외근 중에도 끊임없이 걸려오는 영업점의 문의전화에 대응했습니다.
또 27살 나이에 일찍 계장이 된 그는 영업점의 지점장을 대상으로 연금 관련 교육까지 맡았는데요. 이에 대해 이소연 계장은 "처음에는 저한테 안 맡기려고 하셨다. 그 선입견을 깨려고 더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고졸 출신으로 계장의 직함을 달고 지점장을 대상으로 교육까지 진행하는 이소연 씨의 커리어는 일반적인 일일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상고 출신으로 은행원이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았기에 이들 중에는 현재 은행장이 된 경우도 있는데요. 외환위기를 겪으며 고졸 취업이 어려워졌다가 2010년대 초중반 이명박 정권에서 주요 정책 과제로 '고졸 인재 육성'을 내세워 은행권에 고졸 채용이 다시 활발해졌습니다.
2013년 고졸 취업한 이소연 계장 역시 당시의 분위기를 탄 것이죠. 다만 이렇듯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졸 사원과는 담당업무나 연봉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승진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소연 계장의 경우에는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직장 생활 중에 중앙대에 입학한 덕분에 최종적으로 대졸 사원과 같은 여건에서 일하게 된 것이죠. 방송 당시 이소연 계장의 연봉은 6~7000만 원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또 학벌에 상관없이 이소연 계장의 업무 강도나 능력은 9년 차 베테랑다운 수준이었습니다. 외근을 나가는 중에도 영업점의 문의전화를 받아 대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능력자의 모습 그 자체였죠. 덕분에 이소연 계장은 연금 관련 교육을 잘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날 방송을 통해 이소연 계장의 일과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목소리만 들어도 능력자의 느낌이 난다", "뭘 해도 잘할 사람"이라며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가고 7개월이 지난 10월 초, 이소연 계장은 특별한 근황을 공개했습니다. 19살부터 일한 첫 직장에서 퇴사한다는 소식인데요. SNS를 통해 박수를 받으며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게재한 이소연 계장은 "나의 20대의 전부라고 할 수 있던 첫 직장 우리은행,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성장했다. 떠나는 길에 박수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꼭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후 이소연 계장은 입사 서류에 사용할만한 증명사진을 촬영한 근황을 공개한 것 외에는 특별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출근' 출연 후 워낙 반응이 뜨거웠기에 유튜브 활동 등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으나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데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 증권사에서 스카우트했다는 소문이 있더라"라는 댓글도 등장했으나 사실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소연 계장의 퇴사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뭘 해도 잘할 사람", "최소 스카우트"라며 그의 능력과 성실함을 응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