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유전자로 인해 6살부터 가발 착용한 여자아이, 24년 지난 근황

탈모 업계의 성장세가 뜨겁습니다. 과거 탈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탓에 숨기기 급급했다면 이제 탈모관리는 탈모인이 아닌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는 자기관리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1000만 명에 이른다는 국내 탈모 인구 중 44%가 2030 세대라는 사실은 놀랍기도 한데요.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 탈모인들의 고충은 엄청납니다. 여전히 탈모 사실을 공개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대부분 가발 등으로 숨기면서 '탈모 사실을 들킬까 봐' 큰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때문에 한 예능 프로에 출연을 앞둔 여성탈모인의 사연은 눈길을 끕니다. 

예능 프로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다는 예고편만으로도 큰 화제가 된 주인공은 여성탈모인이자 탈모해결사 김한솔 씨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한솔 씨는 가발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일상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한솔 씨 본인 역시 무려 24년째 가발을 착용 중인 탈모인이라고. 

6살부터 가발을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솔 씨는 선천적 양털 모발 유전자를 가진 탈모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머리카락이 무척 얇고 숱이 적은 데다 곱슬머리였다는 한솔 씨는 부모님이 데려간 대학병원의 모발클리닉과에서 조직검사까지 했지만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병원에서는 원인을 "유전"이라고 설명하면서 "혹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약이라고 권하더라도 절대 믿지 말라고" 확진을 내렸죠.

결국 치료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솔 씨 부모님은 6살 딸에게 가발을 선물했습니다. 이전까지 외출할 때마다 분신처럼 썼다는 모자 대신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가발을 쓴 한솔 씨는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머리카락이 생긴 스스로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그 후로도 '평범한 아이'로 살고 싶어서 계속해서 가발을 쓰고 생활했다는 한솔 씨는 지금까지 24년째 가발을 착용 중입니다. 

부자연스러운 가발을 착용하면서 속상한 일이 많았다는 한솔 씨

다만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에게 가발을 들킬까 봐 늘 불안한 마음이었고, 학창 시절 친구들 앞에서 가발이 벗겨지는 일은 연례행사처럼 오는 상처였는데요. 그때마다 울면서 한솔 씨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온 한솔 씨의 손을 잡고 다시 학교에 데려다 놓았다고. 당시에는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자신의 몫으로 견뎌야 할 일이기에 보다 강인하게 맞서는 방식이 옳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가발의 부자연스러움을 숨기기 위해 모자를 자주 착용한 모습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 숙박을 하는 행사에는 잠을 자다가 가발이 벗겨질까 봐 불안해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고, 놀이공원에 가서는 좋아하는 놀이 기구를 무섭다고 핑계 대고 타지 않았습니다. 실내 수영장에 가야 할 때는 가발을 벗는 대신 머리를 묶은 것처럼 보이려고 곱창밴드를 수영모 안에 넣었다고 하니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아온 세월이 만만치 않았겠죠. 

그리고 성인이 된 한솔 씨는 막연하게 '결혼식 때는 어쩌지?'라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탈모와 가발 착용에 대한 콤플렉스가 워낙 심하다 보니 수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던 것인데, 특히 당시 착용 중이던 가발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은 탓에 수시로 주변 사람들에게 "가발 썼느냐"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보다 자연스러운 가발 착용법을 익힌 한솔 씨

평생 탈모 콤플렉스로 주눅이 들어 살기보다는 스스로 탈출구를 찾고 싶었던 한솔 씨는 무작정 미용자격증을 따러 학원에 갔고 자격증 취득 후에는 한 가발업체에 들어갔습니다. 가발업체에서 일하면서 가발을 보다 자연스럽게 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용기술이 탄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솔 씨는 다시 미용기술을 익히기 위해 미용실에서 근무했고 스스로 만족할 수준이 되었을 때 다시 대형 가발업체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가발 디자이너의 길에 나섰습니다. 

가발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하고 고객에게 적용하는 한솔 씨

미용실에서 근무할 때는 늘 손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가발에 대해 지적받을까 봐 주눅이 든 상태로 근무했다는 한솔 씨는 가발 업계에서 일하면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가발을 쓰고도 이렇게 성공하고 잘 사는 사람이 많으니 나도 가발을 썼다고 해서 한계가 있는 건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인데요. 

현재는 자신만의 샵을 열고 가발디자이너로서 활동 중인 한솔 씨는 자신이 얻었던 공감과 자신감을 고객들과도 나누기 위해 상담심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미용과 가발에 대한 풍부한 경험으로 탈모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심리적으로 탈모인들의 고충까지 보듬어주는 가발디자이너가 된 것이죠. 

유튜브채널_무모랜드, instagram@mum2yo

지난해 연말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탈모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자신의 경험담과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나누고 있는 한솔 씨. 한솔 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수많은 여성탈모인들이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달아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는데요. 탈모가 아니라도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자신만의 콤플렉스에 대해 한솔 씨처럼 정면돌파로 맞선다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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