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의 정의는 만나는 횟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죠.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관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응원한다면 진정한 친구 아닐까요?
지난 2017년 예능프로 '효리네민박1'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 정담이 씨의 근황이 화제입니다. 방송 출연 당시 25살이던 정담이 씨는 청각장애를 갖게 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 것에 대해 "중학교 2학년 때 한 쪽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고, 머리가 아파서 수술을 했는데 세 번째로 받은 수술이 잘못되면서 남은 한쪽의 청력도 잃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처음 안 들렸을 땐 의사 선생님이 다시 들릴 수 있다고 해서 괜찮았다"는 정담이 씨는 이후에도 청력이 돌아오지 않았고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들리지 않자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청각 장애를 갖게 된 상황에서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할 수는 없겠다'라고 깨닫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좌절했지요.
그때 우연히 만난 일이 피팅모델이었고 청력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정담이 씨는 기운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효리네 민박'의 신청 공고를 보고 직접 신청서를 내면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
방송을 통해 자신의 힘든 사연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정담이 씨는 "들리지 않아 오히려 좋은 점을 찾으려 애썼다"면서 "듣기 싫은 말을 안 들어도 된다는 건 좋은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처음 정담이 씨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라서 입술만 깨물던 이효리도 구김살 없이 당당한 담이 씨의 모습에 "남자친구한테 '사랑해'라는 말은 들어야 하는데"라며 농담 섞인 위로를 건넬 수 있었지요.
해당 방송을 통해 정담이 씨는 동갑내기 아이유와도 반말을 하며 지내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절친의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은 실제로도 연락처를 주고받고 인연을 이어갔는데요. 당시에 대해 담이 씨는 "민박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지은이가 연예인이라는 걸 못 느꼈다. 수수한 친구, 새로 사귄 친구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막상 서울에 돌아간 뒤 지은이 인스타 팔로워가 100만이 넘는 걸 보고 '얘는 연예인이고 나는 일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담이 씨는 차마 먼저 연락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지냈는데, 이후 아이유가 먼저 연락해 왔습니다. "제주도 놀러 왔는데 너 생각난다"면서 담이 씨가 사고 싶다고 말한 제주 캔들 사진을 찍어 보낸 것.
한편 당시 담이 씨는 효리네 민박 출연 직후 서울에 돌아와 블로그마켓을 열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도 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직업을 찾아가던 중 피팅모델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쇼핑몰 창업을 계획해 도전한 것입니다.
최근 정담이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마켓 오픈 초창기 겪은 놀라운 경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한 손님이 제품을 색깔별로 주문해서 거의 40만 원 상당 결제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해당 구매자가 담이 씨의 찐친을 자처한 아이유였다는 것. 아이유는 담이 씨 몰래 제품을 구매한 후 '잘 입을게'라는 메시지와 함께 구매 인증샷을 보냈습니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늘 함께인 아이유의 응원을 받은 정담이 씨는 이후 쇼핑몰을 접고 회사 생활에도 도전했습니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에 꾸준히 도전하는 담이 씨 모습에 효리네 민박을 기억하는 대중들 역시 랜선으로나마 담이 씨를 응원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 담이 씨가 강북구 수유역 인근 골목길을 지나다 한 20대 여성 A 씨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사건 당시 A씨는 정담이 씨의 가방이 자신의 신체에 닿았다며 담이 씨의 머리채를 끌고 내리쳤고 "청각장애X"이라며 모욕적인 폭언까지 했습니다. 또 정담이 씨가 일행과 함께 자리를 피하자 계속 쫓아가 위협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도 폭언과 폭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뇌진탕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담이 씨는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다들 걱정해 줘서 고맙다. 괜찮아요"라며 근황을 전했습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담이 씨는 3개월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Q&A 콘텐츠를 통해 아이유와의 인연과 자신의 근황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 그중 "청각장애인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뭐냐"라는 질문에 "생각해 봤는데 딱히 없다"라고 여전한 긍정 에너지를 방출했습니다. "학교 갈 때나 회사 출퇴근할 때 늘 이어폰을 달고 살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를 못 듣는 게 힘들다기보다는 씁쓸하다"라며 "박효신 목소리를 못 듣는 거?"라며 남다른 자존감을 자랑했지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친구라면,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정담이 씨 역시 또래 청춘들에게 힘을 주는 랜선 친구로 활약 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