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고백한 정신과 의사의 고충

"살다 살다 내가 의사 덕질을 다 하다니"
현직 의사 3명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영상에 달린 댓글인데요. 닥터프렌즈는 친구이자 의사 동료인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가 모여 제대로 된 의학정보를 전달해보고자 시작한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입니다.

병원 홍보로 보일까 봐 근무 중인 병원명 조차 공개하지 않은 세 사람은 의대생 시절 공부 방법부터 연애와 결혼까지 사생활을 노출하며 친근한 의사로 다가간 덕분에 채널 개설 1년여 만에 38만 구독자를 돌파했는데요. 특히 셋 중 유일한 미혼자인 오진승 전문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공답게 나긋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요정'이라는 남다른 애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 의사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나


▶ 어린 시절부터 호불호가 강하지 않고 무난한 성격이었다. 주변에서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잘 적응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줄 정도였다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영화 평론가를 꿈꿨고 생활기록부에 쓸 정도로 진지했지만 생소한 직업이었던 탓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상위권 성적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솔직히 의사라는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 없이 의대 진학해서 처음에는 방황하기도 했다 오히려 의대를 다니고 실습을 하다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는 지금의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케이스이다.

▷ 학창시절 공부를 잘한 비법이 있다면


▶ 어렸을 때부터 시험 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찍은 문제는 다 틀렸고 벼락 치기를 해도 시험을 망치기 일쑤였다. 결국 딱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다 보니 요행을 바라지 못했고 그냥 정직하게 공부하는 법밖에 없었다. 수학 성적이 고때까지 계속 나빠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는데정말 많은 양의 문제집을 풀었고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학교 선생님이나 수학 잘하는 친구들한테 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은 수능 시험에서는 수학 만점을 맞을 정도로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다. 공부한 것보다 더 나오지는 않지만 공부한 만큼은 나왔기에 불안하더라도 스스로를 믿으며 끈질기게 공부를 했다.

▷ 전공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 본과 3학년 의대생 시절모교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호 병동으로 4주간 실습을 나간 적이 있다의사가 아니면 갈 수 없는 데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도 가볼 일이 거의 없는 곳이다 보니 실습 가기 전날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TV나 영화 속에서 본 것처럼 어둡고 무서운 곳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다른 병동보다도 더 밝고 활기찼던 느낌을 받아 무척 놀랐다.


게다가 환자분들이 먼저 다가와 주셨고 처음 보는 어린 학생인 저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셨던 환자분들도 많았다. 덕분에 실습 기간 동안 환자분들과 같이 탁구도 치고 보드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실습 마지막 날에는 송별 과자 파티까지 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소중한 실습 시간이었다. '정신질환이 있으신 분들도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를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 의사 혹은 정신과 의사로서 직업의 장단점


▶ 솔직하게 말해 의사로서 가장 좋은 점은 의사 친구가 많은 것이다. 건강 문제가 생긴 가족이나 지인들이 있으면 각 진료과마다 의사 친구들이 있으니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부탁할 수 있어서 좋다. 더불어 의사 친구들한테 잘못된 상식이나 건강관리법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진료할 때 환자의 슬프거나 힘든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의사들끼리 감정이 전염이 된다고 표현을 하는데, 웬만하면 퇴근을 해서까지는 이 감정들을 가지고 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안될 때도 있다. 의사로서 이 감정들을 적절하게 잘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다음날 또 다른 환자들을 만나서 상담과 진료를 이어갈 수 있으니 퇴근 후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한다.

▷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나 우울증 투병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순 우울감이나 감정 기복인지 상담과 진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실제로 주변 지인들이 '내가 병원에 가야 할 정도 아닌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평상시 나의 상태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내가 지금 하고 있는 학업이나 사회생활,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고 전과 같지 않다면 병원에 방문을 하는 게 맞다사실 그보다 먼저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판단하기 이전에 병원에 가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학업이나 취업 준비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고 집중력이나 기억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오히려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방해가 될 수 있다감기가 걸리면 큰 고민 없이 병원에 가듯이 정신건강의학과도 그렇게 이용해주면 좋겠다는 게 의사로서 바람이다.

▷ 정신과 의사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강상식 한 가지


▶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우울 증상을 예방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많은 의학 논문들과 연구 결과에서 입증된 공통적인 의견인데, 운동의 강도보다는 횟수가 중요해서 자주 꾸준하게 하시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3-4회 30분 정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내가 어떤 활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나마 행복해지는지 생각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지치지 않고,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활력 있게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의사이면서 크리에이터인데 유튜브를 하는 것에 대한 동료들 반응은 어떤가


▶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닥터프렌즈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의사들 중에 유튜브 활동을 하는 분들이 거의 안 계셔서 유튜브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악플이나 논란에 휩싸일까 봐 우려를 보내는 친구들도 많았다지금은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응원을 해주고 피드백도 해주고 콘텐츠 주제도 제안해준다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과 진료 문턱을 낮추려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그런 점에 대해서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선후배님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지금은 자기들도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고 정말 많은 친구들이 연락이 오고이미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굉장히 많다.

▷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전공 덕분인지 다소 전문적인 내용도 쉽고 편안하게 전달해준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말하기 비법이 있다면


▶ 아무래도 유튜브 영상은 비의료인이 많이 보니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쓰지 않고 가급적이면 쉬운 표현이나 비유를 써서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실제로 누군가를 만날 때도 상대방이 낯설어하는 주제에 대해서 나눌 때 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을 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상대방의 이야기를 조용히 공감하며 경청하고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으며 말을 아끼는 게 대인관계에는 더욱 도움이 되는 듯하다.

▷ 콘텐츠 가운데 의사는 누구랑 결혼하나라는 영상이 큰 인기였다멤버들 가운데 유일한 미혼인데 이상형을 밝힌다면


▶ 자신이 지금 하고 일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분이면 좋겠다일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취미나 여가활동이 있으셔서 함께 하거나 같이 배우면 너무 좋을 것 같다그리고 유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보니깐 유튜브 활동을 잘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이면 좋겠다.

▷ 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이 있다면요


▶ 내 경우에 학창시절에 남들과 다른 아주 큰 꿈을 꾸거나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던 학생은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했던 학생이었고 눈앞에 있는 과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의대에 입학을 하였고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었고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의학 전문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을 하게 된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큰 그림을 그리며 학생 때 공부를 하려고 했다면 너무 아득하고 먼 미래라 오히려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 같다의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다 보면 불안할 때도 있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많을 텐데, 일단 내 눈에 바로 보이고 가까운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루어가신다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꿈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처럼 열심히 건강하게 하고 싶다평상시 친구나 가족에게 설명해주듯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의학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닥터프렌즈를 보시는 분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다 보니 닥터프렌즈 콘텐츠를 보고 많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사회적 인식 개선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는 "구독은 건강입니다"라는 공식 인사말이 있습니다. 올바른 의학정보를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길 바라는 닥터프렌즈 제작진의 마음을 담은 말이지요. 이에 구독자들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닥터프렌즈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에는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인증샷을 올린 구독자들이 많은데요. 닥터프렌즈의 구독자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살피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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