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살 된 캐릭터 몰랑이의 탄생 비화 '몰랑이 엄마'에게 직접 듣다

말랑말랑 통통한 몸통에 짧은 팔다리,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남다른 비율의 이 캐릭터는 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을 텐데요.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 사용하거나 EBS 애니메이션을 봤거나 혹은 팬시점에 전시된 인형들 가운데서 만났을 지도 모르겠지요.

벌써 지구에서의 생 10년 차에 접어든다는 중견 캐릭터 몰랑이는 사실 평범한 대학생의 포트폴리오 속 숨어있던 보물이었는데요. 해당 포트폴리오의 주인은 현재 창업에 도전해 CEO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사랑받는 캐릭터인 '몰랑이의 엄마' 윤혜지 캐릭터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하면 진로가 다양한데 처음부터 캐릭터 디자이너를 목표로 했나

▶ 어릴 때부터 캐릭터 제품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하면서 중학생 무렵 막연히 '내가 만든 캐릭터가 매장에서 판매되면 좋겠다'라고 꿈꾸기 시작했다. 사실 전공을 선택할 때는 자료를 시각화하는 편집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을 다니던 도중 몰랑이 캐릭터를 사업화할 기회가 생겨서 갑작스럽게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 몰랑이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알려달라

▶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그리는 자신만의 마스코트나 낙서가 있을 텐데 내 경우는 토끼’였다. 스마트폰이 막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대학교 2학년 때(2010)부터 스마트폰 배경, 아이콘으로 '내가 그린 토끼 그림'을 편집해서 공유했고 그 반응과 덧글을 모아 포트폴리오로 쓸 계획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랑이를 좋아하고 공유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무엇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에 이모티콘이 10개 정도밖에 없던 시절 몰랑이가 입점하면서 카카오톡의 성장과 함께 대중화되었다.

최초의 몰랑이 모습

▷ 디자이너를 꿈꿨다면 저작권에 민감할 텐데 몰랑이 캐릭터를 무료로 배포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 그림을 함부로 가져다 쓰는 사람들은 어차피 유료로 가져가도 멋대로 쓸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우선은 널리 퍼뜨려서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했다.  상업적 이용은 하지 말고 개인소장이나 무료배포만 허용한다는 문구를 적었기 때문에 이용하는 분들을 믿었다.

지금도 몰랑이 이미지들을 공식 계정에 종종 올리고 있는데, 몰랑이를 예전부터 좋아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편하게 몰랑이 이미지를 소장하실 수 있으면 좋겠고 이제는 9년간 쌓인 몰랑이 인지도만큼 짝퉁 제품에 대한 제보와 불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무료 공유를 통한 홍보가 오히려 콘텐츠 보호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

▷ 첫 계약부터 프랑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까지 과정을 전해달라

▶ 첫 라이센싱회사와 계약 당시에는 대학생이다 보니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라고만 생각하고 덥석 일을 진행했는데 제품 촬영, 편집, 홍보 SNS 운영, 제품 디자인, 회사 소개서 만들고 계약 설득하기 등 부가적인 업무를 떠안자 사업에 대한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후 몰랑이의 소속회사프랑스의 안시(Annecy)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몰랑이 역시 해당 행사에서 소개될 기회가 있었다. 행사 중 몰랑이 부스 전시품인 초대형 몰랑 인형을 분실해서 찾는다는 전단지를 붙였는데 전단지 속 몰랑의 모습에 반한 밀리마지의 스토리작가 마리 캐롤린(Marie Caroline)감독님이 부스를 방문해서  Kotra의 주관하에 계약을 맺게 되었다. 지금은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몰랑 애니메이션이 방영 중이고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캐릭터 작가가 되는 길은 어떻게 되나

▶ 요즘은 이모티콘 작가로서 활동하는 캐릭터 작가들이 많아졌다. 이전에 개인이 창작할 수 있는 소장용 캐릭터 디자인은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스마트폰 배경, 아이콘처럼 주로 무료 배포용이었다면 이제는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는 콘텐츠 자체가 유료화되면서 굳이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캐릭터 작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손에 만져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이모티콘보다 제품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보다 빨리 캐릭터 작가로서 수입을 얻기 바란다면 이모티콘 시리즈를 성공시키는 것이 비용 투자나 홍보 속도를 봤을 때 가장 빠른 방식이다. 이 외에도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시각적으로 예쁘고 흥미로운 이미지를 주로 공유하는 어플에 아주 짧은 애니메이션 동작들을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짧은 툰을 계속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캐릭터 작가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 작가마다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내 경우를 설명하자면, 캐릭터 디자인 매뉴얼 북 몇 달마다 새로 추가하기, 제품 디자인, 제품 촬영, 제품 상세페이지 편집, 시즌 한정 제품 기획, SNS 홍보용 이미지 2~3일 안에 계속 업로드, 유튜브 영상 제작, 디자인 승인, 디자인 미팅, 계약 관련 미팅, 회사 소개서 만들기, 캐릭터 소개서 만들기, 캐릭터 페어 부스 디자인, 캐릭터 페어 이벤트 기획 및 참가, 캐릭터 디자인이나 창업 관련 강연, 이모티콘 작업 등 캐릭터를 알리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

▷ 캐릭터 작가는 보통 프리랜서로 일하나

▶ 보통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회성 외주 디자인은 한 번에 적은 비용으로 끝이 나지만 작가를 직원으로 고용하면 매달 월급이 나가기 때문에 캐릭터 작가를 고용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게다가 캐릭터라는 게 겉모양이 굉장히 단순해서 그리기 쉬워 보이니 기업에서는 회사에 소속된 다른 전공 디자이너에게 캐릭터를 만들어보라고 맡기는 경우도 많은데 사실 편집디자인, 광고디자인, 인터페이스 디자인, 패션디자인 등 각자 다른 전공자가 서로의 영역을 바꾸어서 디자인하라고 하면 정말 어렵다. 발라드 가수에게 갑자기 틀어준 비트에 랩을 해보라는 것과 비슷하다.

▷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에 자리 잡은 캐릭터 회사 '하얀 오리'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작가이자 사업가로서 어려움은 없는지

 ▶ 대량생산을 진행하면서 제품 디테일을 포기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점이 작가로서 힘들 때가 있다. 다만 사업 진행이 익숙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하나 마케팅 부분에서의 고민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과 캐릭터를 홍보해야 하는 사업가로서의 업무 사이에 걱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SNS나 유튜브 등을 활용한 마케팅이 효과가 좋은 편이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부담을 느껴서 힘들기도 했다. 요즘에는 악플을 신경 쓰기보다는 응원해주는 분들의 말을 새겨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소개해 달라

▶ 약 2년 전부터 디자이너 2명이 와준 덕분에 몰랑이가 더 발전하고 있고 더불어 디자이너 각자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여름 새로운 캐릭터 3개를 공개했는데, 올해 말부터 일반 제품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몰랑이는 처음부터 사업화를 생각하고 다듬어나갔다면 새로 시작하는 캐릭터들은 작가들이 그리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면서 시작했다. 특히 막내 디자이너의 나비씨라는 고양이 캐릭터는 실제로 함께 사는 반려묘를 모델로 만들었는데 사고로 왼쪽 앞다리를 잃은 길냥이였던 사연이 있다. 몸이 좀 불편한 고양이라도 좋은 집사를 만나 행복할 수 있고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인형이나 피규어나 그림 모두 실제 모습을 반영해서 왼쪽 앞다리가 없는 모습으로 디자인될 예정이다. 그리고 패키지나 상세 설명에 이러한 내용을 넣어 귀여움을 뛰어넘는 의미 있는 캐릭터들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캐릭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

▶ 1~2년 만에 무언가 손에 잡히는 큰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노력해도 운이 없으면 잘 풀리지 않기도 하는 분야이다. 천천히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결과를 비교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 앞으로의 목표는

몰랑이를 좋아하는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작가로서의 능력도, 인간으로서 됨됨이도 잃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윤 작가는 용기를 내고 최근 유튜브 채널 '비하인드 몰랑'을 개설해 몰랑이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작가로서 받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과 몰랑이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서인데요. 처음 대량생산을 시작할 당시 힘들었다던 '캐릭터에 대한 타협'이 이제는 익숙해진 것처럼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회사 직원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업가 윤혜지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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