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노리는 도둑들이 많다 보니 미술품 추적 전문 탐정이라는 직업도 있는데요. 아르투르 브란트는 미술품 전문 탐정 중에서도 유능하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실제로 그는 히틀러가 소장했던 청동 말 조각상을 찾아낸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번에는 20년 전 도난당한 피카소의 작품을 찾아내 다시 한번 그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319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녔다는 피카소의 그림과 그림 속 여인을 TIKITAKA와 함께 만나봅시다.
3월 36일 네덜란드 언론들은 20년 전 도난당했던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여인의 흉상(Buste de Femme)'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1938년 그린 작품으로 1973년 그가 죽기 전까지 직접 소장하고 있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요. 피카소가 죽은 뒤 사우디의 왕자 셰이크 압둘 말리 알 셰이크가 400만 유로(약 52억 원)에 구매해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1999년 프랑스 앙티브 항에 정박해 있던 그의 요트에서 도난당해 사라지게 되었지요.
20년 전 사라진 작품을 찾아낸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네덜란드의 미술품 전문 탐정 아서 브랜드인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도난당한 피카소의 작품은 소위 '지하세계'에서 유통되어 왔다고 합니다. 마약이나 무기 등 '검은 거래'의 대가로 오갔던 것이지요. 그러던 중 브랜드는 2015년 네덜란드 암시장에 피카소의 작품이 등장했다는 소문을 듣고 4년간 조사를 이어왔는데요. 2019년 3월 초 드디어 피카소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사업가의 대리인 2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에 따르면 '이들은 2500만 유로의 가치를 지닌 피카소 작품을 종이 한 장과 검은 쓰레기봉투에 싸서 가지고 왔다.'라고 전했는데요. 브랜드는 이들에게 '작품이 다시 범죄자들의 세계로 들어가면 안 된다.'라고 설득해 그림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작품을 소유하고 있던 네덜란드 사업가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기도 한데요. 실제로 명화들의 회수 과정에서 정보 제공자나 작품 중개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 명화 절도를 더 부추기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또 범죄자들이 구속되었을 경우 검찰과의 협상 도구로 작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작품을 회수한 직후 브랜드는 뉴욕 페이스 갤러리의 피카소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해 진품임을 확인했는데요. 이 작품은 피카소가 자신의 여인이자 뮤즈인 도라 마르를 그린 것입니다. 피카소의 여성 편력은 이미 유명한데요. 공개된 여인들만 해도 7명이나 됩니다. 그중 도라 마르는 그의 다섯 번째 뮤즈이자 여인이지요. 도라 마르를 만나기 전 피카소는 17살짜리 마리 테레즈 발터라는 소녀에게 반해 동거하고 있었는데요. 피카소는 마리 테레즈에게 '넌 미술을 너무 몰라.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없다.'라며 그녀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음으로 피카소가 사랑에 빠진 도라 마르는 사진가이자 지식인이었는데요. 실제로 도라 마르는 스페인어에 유창했고 미술에 대한 이해도 깊어 피카소와 소통이 잘 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게르니카(1937)'를 작업 중이었는데요.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도라 마르에게 작품과 관련된 조언과 사진 촬영을 부탁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똑똑한 도라 마르도 피카소의 바람끼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도라 마르는 피카소의 여성편력으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피카소의 작품 속에서 그녀는 우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한편 도라 마르를 그린 또 다른 그림인 '도라 마르의 초상화(1937)'가 9520만 달러(약 890억 원)에 낙찰된 적이 있어 이번에 회수된 작품의 가치에도 관심이 가는데요. 회수된 피카소의 작품은 현재 2500만 유로(약 3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