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보다 능력이 우선인 시대가 왔다는 말을 믿으십니까? 각종 매체에서 '대학 안 가도 된다'라는 말을 접하면 그럴듯하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막상 본인이나 자녀의 진로 문제에서는 대학 입시를 포기하기 어렵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확고한 진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대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요.
스스로 선택한 길에 확신을 가졌기에 대학 졸업장 대신 각종 자격증 취득을 선택한 20대 청년이 있습니다. 자신과 같은 또래 대학생들의 등굣길을 책임지며 이미 직장 생활 3년 차가 되었다는 주인공은 버스기사 이수호 씨입니다.
남자아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 버스나 트럭을 운전해 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집니다. 막연하게 "굴삭기 아저씨가 될 거야"라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요. 수호 씨 역시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자동차와 운전에 관심이 많았고 운전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버스기사'라는 구체적인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대학 입시까지 포기한 수호 씨는 22살이 되던 해에 최연소 버스 기사가 되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되기 위해 수호 씨는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1종 대형운전면허증과 버스운전자격시험 외에도 운전관련 자격증을 다수 취득했는데, 현재까지 대형견인, 원동기, 굴삭기, 지게차, 불도저, 로더, 롤러, 화물운송 종사자격증, 도시가스운전, 위험물운송 등 총 13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따로 전공이나 학과가 없는 시내버스운전은 관련 자격증만 취득하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분야이면서도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시되는 기술직이니만큼 안전과 관련해서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1종대형면허를 취득하고 버스운전자격시험을 통과한 후 운전적성정밀검사까지 통과하고 나면 기본적인 서류를 준비한 셈인데요.
2019년 개정사항에 따르면 1종대형면허 획득일로부터 1년 미만은 전국 시내버스 취업이 금지되어 있어서 국가에서 지정한 화성, 상주 교통안전체험센터에서 버스양성교육을 수료하거나 마을버스에 취업해서 1년의 무사고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무사고 경력'이죠.
수호 씨의 경우에는 취업을 준비하던 때에 마침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 위해 기사를 추가 채용하는 회사에 자리가 나서 22살 나이에 버스기사로 데뷔할 수 있었습니다. 최연소 버스기사의 타이틀을 달고 입사한 수호 씨는 세종시에서 왕복 약 70분이 소요되는 1000번 버스를 운행했는데, 운행 초반에는 20대 초반의 기사님이 생소했던 승객들이 의아하게 쳐다보거나 '20대가 버스 운전을 하면 난폭하지 않을까'하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호 씨는 "연륜 있는 기사님들에 비해 노하우가 적다 보니 불안하실 수 있다"면서도 "왜 늦게 왔느냐고 화를 내거나 도로 한가운데서 버스를 세우라고 호통치는 분도 있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승객뿐 아니라 일부 선배 기사에게도 "운전은 제대로 하겠냐"는 식의 무시를 당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죠.
최연소 버스기사인 본인과 버스기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선입견을 깨보고 싶었던 수호 씨는 한때 유튜브 채널 '하드캐리'를 운영하면서 '시내버스 기사가 되는 팁', '면허 10개 따는 법'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새벽 5시경에 출근해서 밤 9시까지 근무하는 수호 씨의 브이로그를 접한 네티즌들은 "버스기사라는 일이 새롭게 보인다", "20대인데 저렇게 열심히 살다니 대단하다" 등 응원을 보냈습니다.
현재는 고향인 양산으로 돌아와서 한 시내버스 회사의 시내부 비전속 기사로 근무 중인 수호 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유튜브 활동 중지를 요청해서 영상을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최근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서 오랜만에 근무 일상을 공개했는데요. 3년차 버스기사가 된 만큼 보다 노련한 운전 실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승객들의 안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수호 씨는 "정규직 비전속 기사 중 막내"라면서 선배가 전속기사로 승격하는데 3~4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하자 "생각보다 짧아서 다행이다. 20년 후에는 맨 앞자리로 갈 거다"라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가장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행복하다는 수호 씨는 앞으로 고속버스 기사가 되어서 지역민이 아닌 전 국민을 승객으로 모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